

우리 주변에는 굳게 닫힌 문 뒤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의 좌절, 대인관계의 상처, 건강 악화 등 저마다 아픈 사연으로 방 안으로 숨어든 ‘고립·은둔’ 당사자들이다. 과거에는 이를 개인의 성향이나 의지 문제로 치부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사회 구조적 변화 속에서 발생한 새로운 복지 과제이자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이 됐다.
충청남도와 아산시 역시 이 문제의 예외가 아니다. 2023년 충청남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내 고립·은둔 청년 응답자의 15.4%가 아산시에 거주하고 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사회적 관계망 약화는 청년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고독사 위험까지 키우고 있다. 다행히 아산시는 지난 2024년 6월 「아산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는 이 제도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삶을 바꾸는 동력이 되도록, 체감도 높은 복지 안전망을 가동해야 할 때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의 ‘찾아오는 복지’를 넘어 지역사회가 먼저 다가가는 ‘찾아가는 복지’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세 가지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지역사회 안에서 ‘느슨한 연결망’을 통한 조기 발굴 체계 구축이다. 고립된 당사자라 하더라도 편의점이나 약국, 동네 슈퍼 등 최소한의 생활 접점은 이용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생활 밀착 공간의 상인이나 고시원 관리자, 통장 등을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로 위촉해 위기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대면 접촉을 부담스러워하는 특성을 고려해 문고리 안부 키트나, SNS 상담 창구 등 비대면 방식의 접근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둘째, 당사자 상황을 고려한 단계적 회복 지원이다. 오랜 단절을 겪은 이에게 곧바로 취업이나 관계 형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 회복에서 시작해 소규모 관심 활동을 통한 관계 형성, 이후 사회활동과 직업 경험으로 이어지는 점진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복지관 역시 이들이 언제든 편안하게 들러 쉴 수 있는 지역사회의 ‘안전기지’ 역할을 하며 작은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자 한다.
셋째, 가족(보호자)에 대한 지지 체계 마련이다. 가족의 은둔이 길어질수록 보호자가 겪는 심리적·경제적 고통은 심화된다. 가족의 올바른 이해와 대처는 당사자의 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당사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부모 교육과, 비슷한 처지의 가족들이 모여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위로를 얻는 가족 자조 모임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출처 : 충청매일(
[기고] 고립·은둔 이웃을 위한 지역사회의 동행 < 기고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충청매일)